다양한 실험적 방법을 찾아보다 보면, LC-MS나 LC, HPLC, HRMS 등의 단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관련된 교육을 듣거나 자세히 찾아보지 않는 한, 이 기기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내가 그랬다.)
그래서 학부 단계의 청자를 대상으로 LC-MS가 뭔지부터 LC, HPLC가 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크로마토그래피란?
생각보다 크로마토그래피는 쉬운 개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유치원~중학교때 이미 해봤던 것이기 때문이다.
종이를 길게 만든 다음 유성펜으로 끝부분에 점을 찍고, 점과 가까운 부분에 에탄올(손소독제같은 것)을 묻히거나 하면 에탄올이 퍼져나가면서 유성펜의 검은색 잉크가 형형색색의 다른 색들로 분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험을 다시 할 생각은 없고, 그림으로 그려왔는데 '분필 크로마토그래피' 등등을 유튜브나 구글에 검색해보면 관련된 실험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실험의 결론은 검은색의 한가지 물질처럼 보이는 유성펜이 알고보니 저렇게 다양한 물질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즉 크로마토그래피는 뭉쳐져있는 물질들 덩어리에서 특정 물질을 분리할 때 쓴다.
2. 핵심 개념
저 위 원시적 크로마토그래피를 보면, 준비물은 3가지이다.
에탄올, 종이, 유성펜.
유성펜은 분석하고자 하는 시료이니 샘플(Sample)이다.
에탄올은 움직이는 물질, 종이는 멈춰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종이같은 물질들을 정지상(Stationary phase, SP), 에탄올같은 물질들을 이동상(Mobile phase, MP)이라고 부른다.
3. 크로마토그래피의 종류
특정 물질을 분리할 때 쓰는 것이 크로마토그래피인데, 그러면 어떻게 분리를 할까?
정지상과 이동상의 특성에 따라 크로마토그래피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온친화 크로마토그래피, 크기배제 크로마토그래피,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등등이 있다.
오늘은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피는 정지상과 이동상 모두 액체인 크로마토그래피를 뜻한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다.
액체가 이동상이 된다는 건 흐른다는 건데, 어떻게 한 액체는 멈춰있고 한 액체는 흐르지?
엄밀히 말하면, 정지상은 작은 구슬같은 게 들어있는 레진/슬라임같은 끈적끈적한 액체, 이동상은 물처럼 맑은 액체이다.
정지상이 구슬같은 물질에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상이 흘러도 정지상이 같이 녹아나오지 않는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바위에 붙은 물고기 알집이 흐르는 물에 계속 닿지만 물에 녹아나가지 않는 느낌?
정지상이 종이같은 고체가 아니기 때문에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에서 정지상은 Column(컬럼)이라고 부르는 긴 관에 충진되어있다.
그 안에 정지상에 해당하는 물질이 있고, 관을 따라 컬럼 안으로 이동상에 해당하는 물질이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개념이 하나 더 나오는데, NP와 RP이다.
NP는 Normal phase로, SP가 극성, MP가 무극성인 경우 순상 크로마토그래피라고 하고,
RP는 Reverse phase로, SP가 무극성, MP가 극성인 경우를 역상 크로마토그래피라고 한다.
Normal phase는 컬럼 내부를 극성으로 유지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무극성 용매에 녹는 물질이 극성 용매에 녹는 물질보다 적다는 점 때문에 Reverse phase에 비해 적게 사용된다.
적게 사용되는 게 왜 Normal이라는 이름이 붙었냐면, 맨 처음에 시도한 크로마토그래피가 Normal phase에 해당해서 그렇다고 들었다.
NP와 RP에서 극성이 나오는 만큼,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물질들이 뭉친 덩어리들에서 극성을 기준으로 물질들을 분리하는 것이다.
LC 기기는 그걸 전자적으로 검출하는 것이다.
보통 LC 기기에는 감지기가 있어서, 극성이 달라 다른 시간에 나온 물질들이 반응하는 파장을 감지한다.
일반적으로 UV를 사용하는데, 어떤 파장에서 반응했는지 크로마토그램에서 Peak이라는 봉우리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아까 그 종이 크로마토그래피에 비유하면 이런 식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다시 헷갈리는 부분이 나온다.
극성은 극성에 녹고, 무극성은 무극성에 녹는다는 이야기처럼, RP에서는 무극성 물질과 무극성 물질 사이에서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쉬워서 컬럼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면 안 친하니까 먼저 나온 극성 물질들이 먼저 UV 감지기에 들어가고, 먼저 그래프가 형성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분리돼서 제일 먼저 옮겨간 노란색이 제일 왼쪽 그래프가 되는 것이다.
정리를 하면, LC는 이동상과 정지상이 모두 액체이며, 극성 정도에 따라 한 큰 물질 덩어리에서 하나하나를 분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럼 MS는 무엇이냐?
사실 LC만 하면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상대적인 극성에 불과하다.
UV만 보고 어떤 물질인지 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MS는 질량분석기로, 말 그대로 분자량을 측정하는 기기이다.
물질이 갖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분자량이 있다면 극성 정도와 UV를 가지고 대략적으로 어떤 물질인지 추측할 수 있는 값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MS만 있으면 분자량 180이 글루코스(C6H12O6)인지, C9H8O4여서 180인지 알 수 없으니 UV와 분자량 둘 모두 있어야 그 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180은 비교적 저분자라 후보가 적지만, 분자량이 500을 넘기 시작하면 소숫점 단위로 분자량이 다른 물질이 수십~수백가지까지 될 수 있으니 어느 하나만 사용해서 실험을 시작해 끝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론: LC-MS를 이용하면 물질의 상대적 극성 / UV 스펙트럼 / 분자량을 알 수 있어 목표 물질(찾아야 하는 물질이나 알고자 하는 미지의 물질)이 무엇인지 동정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LC-MS의 구조와 원리는 다른 글을 통해 정리해보고자 한다!